14일 한국보건사회연구원에서 '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 부양의무자기준 개선방안에 관한 정책토론회'가 열렸다.
대다수의 빈곤노인가구가 부양의무자 기준으로 인해 수급을 받지 못하고 있어 앞으로 노인인구의 증가를 고려할 때 부양의무자 기준을 하루 빨리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.
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14일 연구원 내 대회의실에서 연 ‘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 부양의무자기준 개선방안’ 정책토론회에서 구인회 서울대 교수는 “현 경제위기로 인한 빈곤의 폭주현상을 감안해 최소한 한시적 또는 일부 수급자에 대한 부양의무자 규정의 폐지조치는 불가피하다”고 주장했다.
구 교수는 “국민기초생활보장법의 존재가치는 빈곤문제의 해결임에도 불구하고 부양의무자 기준이라는 제약조건 때문에 사각지대가 발생하고 있다”며 “특히 노인의 경우 주민등록상의 자녀존재 때문에 수급자격을 상실하고 있다”고 말했다.
그는 30~40대를 대상으로 국민의 부양의식과 실태를 조사한 결과, 가난한 노인을 누가 경제적으로 부양해야하는가에 대한 물음에 ‘정부와 사회가 책임져야 한다’는 인식이 73.6%로 매우 높게 나타났다고 지적하며, 노인부양에 대한 국민의 의식은 정부의 역할 확대를 강하게 요구하고 있음을 강조했다.
또한 구 교수는 “최근 가족 내에서 노부모 부양에서 장남의 역할이 축소되고 성별에 관계없이 모든 자녀가 노부모를 부양하는 방향으로 변화된 바, 이러한 추세에 맞춰 남성자녀와 여성자녀에 대한 노부모 부양책임을 균등하게 요구하는 방향으로 개선해야 할 것”이라고 덧붙였다.
이날 구인회 교수(사진 오른쪽)를 비롯한 전문가들은 부양의무자 기준을 완화할 것을 이구동성으로 주장했다.
여유진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부연구위원은 “최저생계비 미만임에도 수급을 받지 못하는 사각지대 규모가 2008년 기준으로 182만여명으로 추산된다”고 말하고, “이들 중 대다수가 엄격한 부양의무자 기준으로 인해 수급자에서 탈락하고 있어 부양의무자의 부양능력 판정기준을 개선해야 한다”고 주장했다.
이에 여 부연구위원은 단기적으로는 부양의무자의 소득기준을 현재의 130%에서 150% 혹은 180%로 인상할 것과 중장기적으로는 부양의무자의 재산기준과 소득기준을 목표선까지 도달하는 방안을 모색할 것을 제안했다.
허선 순천향대 교수는 “부양의무자 기준에 있어서 소득기준을 상대적 개념으로 적용할 것과 재산기준에서 주거용재산은 평가기준에서 빼야 할 것”을 제시하고, “재산기준이 조금 넘는다고 부양능력이 있다고 보는 것은 비현실적이며, 그 집을 팔아서 부모를 부양해야 한다는 것은 말이 안된다”고 설명했다.
정호원 보건복지가족부 기초생활보장과장은 “무자식이 상팔자라고 자식이 없으면 국가에서 부양받지만 자식이 있으면 부양받지 못하는 게 현실”이라며 “비현실적인 부양의무자 기준을 개선해야 하는데 어디부터 해야 하는지 방안을 찾고 있는 상태다”고 전했다.
그러면서도 “지난해 부양의무자 재산기준을 약 30% 정도 인상해 기준을 완화했으나 사실상 큰 변화가 없었다”며 “기준 완화보다 우선 일선에서의 적용이 잘 이뤄지는 것이 중요하다”고 덧붙였다.